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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임팩트 ‘테크포임팩트 캠퍼스’
올 초 대학의 수강신청 시스템에 못 보던 강의가 하나 떴다. 강의 제목은 ‘테크포임팩트 캠퍼스’. ‘IT 개발자와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을 직접 만들어보는 강의’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기술, 우리가 만들 수 있을까?” 학생들은 생각에 잠겼다. 컴퓨터공학·심리학·디자인·경영학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 이 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실에 모였다.
지난 2023년 KAIST에서 처음 시작된 ‘테크포임팩트 캠퍼스’ 수업이 올해 1학기부터 연세대·한양대에도 개설됐다. 올 2학기에는 가천대와 KAIST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테크포임팩트 캠퍼스는 미래세대가 지식과 기술을 기반으로 사회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기 위한 ‘생애전환적 경험’을 교육하는 교육 과정으로, 카카오임팩트와 대학이 함께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수강생들은 브라이언임팩트재단의 사회혁신가 지원 프로그램인 ‘브라이언 펠로우’에 선발된 펠로우와 한 팀을 이루게 된다. 이들이 직면한 문제를 함께 정의하고 기술적 해결방안을 찾는다. 류석영 카카오임팩트 이사장(KAIST 전산학부 교수)은 “기술과 사회문제를 연결하는 사회혁신 교육이 여러 대학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학교마다 학풍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차별화된 수업이 운영될 것”이라고 했다.
‘테크포임팩트 캠퍼스’ 올해 4곳으로 확장
연세대는 이번 수업을 전체 학생이 듣는 교양 수업으로 열었다. 수강신청부터 경쟁이 치열했다. 연세대는 ‘수강신청 마일리지’라는 제도를 운용 중이다. 학생들에게 수강 학점에 따라 마일리지를 지급하고, 듣고 싶은 강의에 마일리지를 베팅하는 구조다. 마일리지가 높은 순서대로 수강생을 확정하기 때문에 인기 강의에는 마일리지가 몰린다. 지도교수인 강연아 연세대 융합인문사회과학부 교수는 “처음 개설하는 수업이라 주목받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정원 45명에 80명 넘게 신청했다”며 “전공 수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이번 수업을 듣기 위해 마일리지를 올인한 학생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교양 수업인 만큼 수업을 설계할 때 기술 개발보다 ‘문제정의’에 무게를 뒀다. 강 교수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개발 능력이 있으면 좋지만, 절대적인 건 아니다”라며 “브라이언 펠로우들이 다루는 사회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기술로 풀어볼 수 있는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회문제 해결 과정을 살펴보면 문제정의 능력이 기술보다 더 중요한 순간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한양대는 조금 다른 전략을 택했다. 교양 과목이 아닌 사회혁신융합전공의 전공 수업으로 개설했다. 수강정원은 40명으로 설정하고 공대생 30명(75%), 비공대생 10명(25%) 비율로 구성했다. 특히 공과대학 전공자는 융합전자공학부·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정보시스템학과·데이터사이언스학부·산업공학과 등 IT 계열로 제한했다.
신현상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프로그래밍 개발 역량이 있는 학생들과 사회문제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회혁신융합전공 학생들이 팀을 꾸려 문제정의와 기술개발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학생들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한 경험은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임팩트 생태계의 인재풀을 넓히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올해 2학기에는 가천대에서 수업을 개설할 예정이다. 가천대는 스타트업칼리지에서 3학점 교과목으로 기술 기반 솔루션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경험을 통한 창업 인재를 육성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올해 수업에는 브라이언 펠로우 5명이 참여한다. 김경목 별따러가자 공동대표, 김재순 유스보이스 대표, 김재원 리필리 대표,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띵동 대표, 조현식 온기 대표 등이다. 구체적으로 라이더 노동자와 이동약자의 안전, 학교 밖 청소년의 기회불평등, 플라스틱 폐기물과 종이팩 안전성,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 마음건강과 우울감 해소 등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수업의 교재가 된다. 강연아 교수는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수업이 아니라 기술로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를 묻는 수업”이라고 했다.
카카오임팩트, 캠퍼스 교육의 플랫폼 역할
테크포임팩트 캠퍼스는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의 ‘디랩(D-Lab)’, 스탠퍼드대의 ‘디스쿨(D.School)’과 유사한 점이 있지만, 목적과 구조가 전혀 다르다. 디랩은 학부생·대학원생·석박사 등이 참여해 개발도상국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적정기술을 개발하는 수업이다. 디스쿨은 ‘디자인씽킹’이라는 문제 해결 방식을 통해 문제정의를 강조한다. 반면 테크포임팩트 캠퍼스는 대학 수업 안에 사회혁신가와 IT 개발자 등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구조로 학생들이 문제 해결 역량과 사회적 감수성을 함께 키우도록 설계됐다.
현직 개발자들이 멘토로 나서는 것도 특징이다. 올해 수업에는 연세대와 한양대에 각각 개발자 8명이 멘토 역할을 한다. 한양대 멘토로 참여하는 정준 카카오 개발자는 “학교 다닐 때만해도 현직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정규수업으로 편성된 만큼 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기술을 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상상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현상 교수는 “사회문제 해결에 뛰어든 현장 전문가들이 학생들과 팀을 이뤄 함께 솔루션을 고민하고, IT 개발자들이 기술 자문을 맡고, 민간 재단에서 플랫폼 역할을 맡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구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말했다. 카카오임팩트가 민간 재단으로서 캠퍼스 교육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셈이다.
류석영 카카오임팩트 이사장은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이른바 ‘돕는 기술’을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쓸 것인지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에게 큰 경험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대학과 협력해 사회문제 해결의 실험장이 전국 곳곳의 캠퍼스에서 이뤄지도록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용전문발췌_250403_더나은미래_'돕는 기술' 만드는 대학생들…카카오와 대학의 사회혁신 실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