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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생일날 스마트폰으로 선물 보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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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찾아가는 시니어 디지털 스쿨’

지난 2일 서울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찾아가는 시니어 디지털 스쿨'에서 시니어티처가 수강생에게 스마트폰 기능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 카카오임팩트]

 

“손자손녀가 일곱입니다. 아이들 생일이나 기념일에 스마트폰으로 선물을 보내고 싶어서 시도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회원가입을 하고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데 거기서 포기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손태근(69)씨는 카카오톡으로 친구들과 연락하고 약속도 잡는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도 본다. 그런데 결제와 관련된 스마트폰 기능은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 손씨는 “기념일 선물을 휴대폰으로 보내는 멋진 아빠, 멋진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노인들에게 디지털 세상은 가깝고도 멀다. 수년째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지만 몇 가지 기능만 사용하는 수준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 노인 인구는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섰고, 전체 인구의 약 19.5%를 차지했다. 증가하는 노인 인구만큼 디지털 서비스를 배우려는 시니어도 늘면서 민간 차원에서 마련한 디지털 활용 교육도 잇따르고 있다.

수강생들이 지급받은 홈스쿨링 키트를 열어보고 있다. [사진 카카오임팩트]

 

 

전화·메시지·사진…그 이상을 원한다

 

지난 2일 오전 10시 서울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시간에 맞춰 20명의 어르신이 강의실에 모였다. 디지털 기술을 어려워하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활용법을 알려주는 교육이다. 20명 대상으로 모집한 수업에 60명이 지원해 무작위 추첨으로 교육 대상자를 선발했다. 카카오임팩트와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찾아가는 시니어 디지털 스쿨’ 현장이다. 이날은 총 3회차로 구성된 교육의 첫 수업이었다.

 

이번 교육에 참여한 이재열(72)씨는 “젊은 사람들은 버스 탈 때도 휴대폰 갖다 대고, 물건 살 때도 그냥 갖다 대던데 우리처럼 나이 먹은 사람들은 그런 걸 할 줄 모른다”며 “일상을 살아가는데 조금이라도 더 편리하도록 스마트폰 사용 방법을 배우려 지원했다”고 말했다.

 

수강생들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바꾸는 방법부터 이모티콘 사용법, 영상통화 하는 법 등 생활 전반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능들을 하나씩 배워갔다. 메인 강사와 별도로 수강생 6~7명이 모인 소그룹에 보조강사 1명씩 붙었다. 이들은 전문 교육을 받은 시니어티처다. 고령층의 고충을 이해하는 50대 이상으로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시니어티처로 교육을 담당한 박상숙씨는 “수업마다 참여하는 어르신들의 디지털 수준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수업은 효과가 없다”며 “현장에서 보조강사가 교육을 따라올 수 있도록 돕고, 수업이 끝나면 단체 대화방에서 꾸준히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찾아가는 시니어 디지털 스쿨’은 기존 카카오페이의 시니어 금융교육인 ‘사각사각 페이스쿨’의 확장판이다. 금융 중심의 교육 내용을 생활 편의 기능으로 넓히고, 교육 지역도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이날처럼 복지관에 직접 찾아가는 교육은 하반기 내 100곳을 완료하고, 내년에 추가로 교육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10월에는 보건복지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맞춤형 교재 개발을 완료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노인종합복지관을 포함한 전국 347개 기관에 10만 부를 배포하는 것이 목표다.

카카오임팩트는 맞춤형 교재를 무상으로 전국에 10만부 배포할 계획이다. [사진 카카오임팩트]

 

 

컴퓨터 겨우 배웠더니 이젠 스마트폰

 

이날 수업에 참여한 배정원(78)씨는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룬다. 딸이 대학 다닐 때 문서 작성을 도와줄 정도였다. 늦은 나이에 컴퓨터를 배운 것에 보람을 느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새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컴퓨터 쓸 일이 확 줄었다고 했다. 배씨는 “컴퓨터를 어렵게 익혔는데 이렇게 빨리 스마트폰으로 넘어갈 줄 몰랐다”며 “다시 새로운 문법을 배우려니 힘들다”고 했다.

 

그는 스마트폰 사용에 막힐 때마다 딸에게 물었다. 지도앱으로 길을 찾고, 택시를 부르고, 은행 업무도 보고 싶었다. “같은 걸 두 번 세 번 계속 물으니까 딸이 짜증을 내요. ‘너도 엄마 나이 돼봐’라고 맞받았지만, 다시 물어보진 못했어요. 그런데 스마트폰의 기본적인 기능을 알려주는 곳은 별로 없어요.”

 

서울디지털재단 ‘디지털 역량 실태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시니어의 모바일 앱 서비스 이용 경험은 매우 낮은 편이다. 결제에 필요한 민간인증서 이용률은 28.4%, 유료 OTT 서비스 사용비율은 24.2%로, 전체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식당이나 관광지 숙소를 예약하는 스마트예약 서비스 이용률은 8.2%에 불과했다.

 

시니어들이 디지털 기기를 어려워하는 요인에는 보이스피싱이라는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이재열씨는 몇 년 전 보이스피싱 피해를 본 이후 스마트폰 사용이 무서워졌다고 했다. 그는 “대출 안내 문자를 받고 링크를 한 번 눌렀더니 그다음부터는 은행에 전화 걸어도 보이스피싱범이 받더라”며 “지인들 청첩장이나 안부 문자를 열어보는 게 무섭기도 했는데 하루빨리 교육받아서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지수 카카오임팩트 매니저는 “카카오톡의 대화 기능뿐만 아니라 직접 택시를 부르고, 간편 결제를 활용하고 공공서비스도 디지털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교재와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발전시키고, 시니어와 디지털 일상을 더욱 가깝게 연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내용전문발췌_241219_중앙일보 공익세션 더버터_"손주 생일날 스마트폰으로 선물 보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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