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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기술이 인류를 구원할까…
카카오임팩트가 전문가들을 모았다"

#2024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

 

혁신적인 기술이 항상 인류의 삶에 도움이 될까.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전문가들은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혁신 기술이 등장했을 때 혁신성의 보편적 가치를 인식하고 모든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상하수도 기술로 얻은 수돗물(running water)이다.

 

영국의학저널(BMJ)이 2007년 전문가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인간의 삶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킨 기술로 ‘상하수도 기술’이 꼽혔다. 백신이나 항생제 등 의학기술이 아닌 상하수도 기술이 인간의 수명을 30년 연장하는 데 가장 기여했다는 결과였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이다. 현시대에 가장 혁신적인 기술로 꼽히는 기후기술(Climate Tech)과 인공지능(AI)은 인류의 삶에 도움이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긍정으로 만들기 위해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이 매년 한자리에 모인다.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이하 기후서밋)은 카카오임팩트와 소풍벤처스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연례 네트워크 프로그램이다. 지난 2022년 시작해서 올해로 3회째다.

지난달 26~28일 제주에서 열린 행사에는 기후문제를 해결하는 창업가와 투자자, 싱크탱크 전문가, 그리고 학계와 법조 전문가 등 13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기후문제는 혼자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에 따라 각자의 영역에서 얻은 정보와 글로벌 동향, AI 시대의 에너지전환, 협력 사례 등 다양한 논의를 이어갔다.

 

 

“왜 모았을까, 왜 모였을까”

 

지난 3년간 네트워크는 빠르게 확장했다. 누적 참가자 수는 2357명. 참여 기관은 스타트업 107개사를 포함해 총 779곳에 이른다. 육심나 카카오임팩트사무총장은 “지구와 기후를 같은 마음으로 걱정하는 ‘동반자’를 모으려면 다양한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며 “특히 올해는 기후와 AI라는 어려운 주제를 두고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기후서밋의 강점은 참가자들의 다양성이다. 기후 스타트업과 국내외 투자사, 빅테크 기업 담당자 등 면면이 화려하다. 올해 기후서밋에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기후기술 전문 VC 브레이크스루에너지(Breakthrough Energy)와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Temasek)을 포함해 구글(Google)·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 임원들이 참여했다. 전공을 넘나드는 대학 교수진과 법조인들의 참여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부터 기후서밋에 참여한 이상욱 한양대 철학과·인공지능학과 교수는 유네스코 세계과학기술윤리위원회(COMEST) 위원으로 지난 2017년부터 활동 중이다. 그는 “유네스코에서도 기후변화와 AI의 연결점에 대해 오래전부터 주목해 왔다”고 말했다. 유네스코는 지난 2017년 ‘기후변화 윤리원칙 선언’을 내놓으면서 기후대응은 기술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고, 2021년 ‘인공지능 윤리 권고’에서 AI가 기후위기 대응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욱 교수는 “기술 발전만큼이나 중요한 건 기술을 대하는 사람의 반응을 예측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이 발전하면 사람들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않습니다. 1920년대 세탁기가 보급되면서 가사노동 시간은 오히려 늘었어요. 빨래를 더 자주 하게 됐거든요. 기후기술도 마찬가집니다. 기술의 효과에만 집중하지 말고 기술을 대하는 사람을 예측해야 합니다."

 

챗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되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각 현상은 AI가 자료를 짜깁기해서 그럴듯한 거짓말 답변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이 교수는 “중요한 결정을 하는 기후 AI 기술, 이를테면 전력망을 다루는 AI에서도 환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환각 현상은 버그(bug)가 아니라 LLM의 기술적 특징(feature)이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해결 방안을 미리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서밋에는 기후솔루션·넥스트·녹색전환연구소 등 비영리 싱크탱크 전문가들도 다수 참여한다. 넥스트의 최균 대외협력팀장은 “넷제로 에너지 전환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조직들의 요구를 공공정책에 반영되도록 하는 게 싱크탱크의 역할”이라며 “그보다 앞서 기업들을 발굴해서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실리콘밸리처럼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려면 우리끼리 연대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필요한데, 이러한 모임이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관계를 넘어 고민을 나누다

 

올해 6월 전력수요관리(DR) 업체 최초로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그리드위즈의류준우 사장은 에너지 산업에 AI를 적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그는 “에너지 분야는 아직 AI 기술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며 “원전 3~4개 규모와 맞먹는 수준의 전력 수요를 소프트웨어로 관리하기 때문에 자칫 AI가 잘못된 답을 갖고 움직인다면 굉장한 리스크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화두는 ‘스코프3(Scope3)’다. 스코프3는 직접 탄소배출량(스코프1)과 전력 사용에 따른 탄소배출량(스코프2)을 넘어 공급망 전반에 걸친 탄소배출 총량을 뜻한다. 신용녀 한국MS 상무는 “국가 계획과 유사한 중장기 로드맵을 세워 2025년까지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인데, 지난해 기준 스코프3 배출량이 전년 대비 30.9% 증가했다”며 “스코프3 증가로 에너지 최적화와 같은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노력이 무색해졌다”고 말했다.

구글의 고민도 비슷했다. 스펜서 로우 구글 아시아태평양 지속가능성 책임자는 “탄소배출량을 최대 1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AI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매년 2박 3일간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토론하고 고민을 나누면서 서로를 단순히 인지하는 수준을 넘어 동반자 내지는 파트너로서 함께 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며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절대 대체할 수 없는 그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네트워크의 힘”이라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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